lj 비뇨기과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땀을 빼고 나면 뭉쳐있던 근육들이 풀어진 느낌이 든다. 게다가 묵은 각질을 이태리 타올로 슥슥 문질러 씻고 나면 몸이 한결 가뿐해진 기분마저 든다. 이토록 시원한 우리의 목욕문화가 이제는 일본과 중국에서 행해지고 있다는데, 또 다른 ‘한류(韓流)’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사실, 우리의 목욕문화는 일본의 온천문화만큼이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단군신화>에서 전해지는 우리나라 민족이 박달나무 근처에 첫 주거지를 삼은 이유로, 향유나 향료를 애용하여 희고 아름다운 피부를 갖기 위함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목욕문화의 시초이지 않을까 추측할 수 있을 것이다.

문헌에 기록된 우리나라 최초의 목욕은 신라시조 박혁거세와 그의 왕비가 동천과 북천에서 한 목욕이라고 한다. 당시의 목욕은 청결과 의식절차 수단으로 활용됐다.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석조욕조는 왕족들이 야외에서 목욕을 즐겼다는 것을 나타내는데, 이 석조 조형물은 바닥의 마개와 등받이까지 갖추어져 있어 당시 신라인들의 우수한 목욕문화를 입증했다. 신라에서는 목욕재계를 중시하는 종교적 영향과 개방적인 성(性)문화가 어우러져 목욕문화가 발전했다. 토기로 된 세숫대야, 향수병, 세제 등 목욕용품도 다양했고, 절에 대형 공중목욕장이 설치되었으며, 가정에도 목욕시설을 만들어 놓았다. 

고구려인들도 목욕문화를 지녔는데, 중국인들의 기록에 그 문화가 남아있다. 중국인들은 고구려인들이 남녀노소 구분 없이 자유롭게 어울리는 것을 신기하게 생각했는데, 그들의 기록에는 고구려인들이 매우 음란하다고 적혀있다. 고구려인들이 남녀 구분 없이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며 춤추는 것을 보고 중국인들은 고구려에 유녀(遊女)가 많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남편 없이 떠돌아다니는 그녀들이 들판에서 남자와 함부로 야합한다고 기록했다. 또한 탁 트인 냇물에서 내외하지 않고 함께 목욕하며, 부모와 자식이 한 방에서 잔다고 신기해했다. 사실, 고구려인들은 깨끗한 것을 좋아하고 목욕을 즐겼다. 당시 북방 초원지대에 살던 중국인들은 목욕문화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냇물에서 목욕하는 고구려인들이 이상하게 보였을 수도 있다.

백제의 목욕문화는 기록으로 남아있진 않지만, 유물을 통해 알 수 있다. 부여 능산리 사찰터에서 출토된 7세기 유물, 백제대향로를 보면, 그 뚜껑에 5명의 신선들이 천상의 소리를 연주하고 우람한 폭포 아래에서 머리를 길게 늘어뜨린 채 목욕재계하는 인물이 조각되어 있다.

고려에 이르면, 목욕문화가 미용으로 발달한다. 고려의 귀족부인들은 난초 삶은 물로 목욕을 했다. 이렇게 해서 온몸에 은은한 난향을 풍기게 했고, 비슷한 용도로 복숭아 꽃물을 이용하기도 했다. 다양한 목욕용품을 보유했던 신라인들보다도 사치스러운 목욕이었던 셈이다. 고려의 성(性)문화는 더욱 대담했기에, 이들도 혼욕을 즐겼을 것으로 추측된다. 송나라 사신 서긍은 '고려도경'에서 ‘남녀가 한 개울에서 목욕 한다’고 기록했다.

이후, 유교사상이 확립된 조선시대에는 청결을 중시하여 씻는 것이 일반화 되었는데,특히 세수를 하지 않고 사람을 대하는 것을 큰 수치로 여겨 신분에 관계없이 아침에는 꼭 세수를 했다. 또한 치료목적으로 온천욕과 한증욕이 생겨났고, 제례 전에는 반드시 목욕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조선시대의 목욕은 우리가 사극에서 익히 봐 왔듯이 반드시 옷을 입은 채 이루어졌다. 양반들은 집 안에 ‘정방’이라는 목욕소를 만들어 이용했고, 일반 평민들은 강이나 냇가 등에서 목욕을 즐겼다.

이처럼 우리의 목욕문화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의 목욕문화를 즐기기 위해 단체관광을 오던 외국인들도 있었다. 시대의 성(性)문화에 따라 변화해 온 이 목욕문화를 계속 발전시킨다면, 새로운 문화 창조의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